셋째날,
새벽에 비가 왔나봐요
바닥은 젖어있고
바람은 약간 차갑고
하늘은 아직도 흐리고

친구에게 일본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일본에 가면 세븐일레븐의 낫토김밥이 맛있으니 함 먹어보렴 이라고 해서

패밀리마트의 낫토김밥을 하나 샀습니다
?
어쩔 수 없었어요 세븐일레븐이 반대쪽에 있는데 ㅠ
근데 이것도 마딛네용(우걱우걱)

어제는 가까운 동네 카페에서 커피와 아침을 먹었구요
오늘은 좀 멀리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아침을 먹는대요

버스타고도 한 삼십여분 ? 이동한다고 해서 어딜 가는지 궁금했는데요
탕수육님 말로는, 부촌에 있는 카페를 갈 것이다 ~ 정도였어요
카페도 이쁘고 ~ 골목도 이쁘고 ~ 라구요
조식을 호록 먹고나서, 부촌을 한 번 걸어보겠슨비다



버스정류장까지는 한 15분 ? 20분 ?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정류장 앞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구요
평소같으면 저도 같이 길을 찾아보거나 했을건데
유독 이번 여행에서 이동하는거에 너무 신경을 안썼더니
사실 동선이 아직도 머리에 안그려지긴 해요
지도를 펴봐도 어디를 어느 순서로 갔었는지 한참을 찾아야하고
뭐 그런 여행도 있죠
버스로 이동을 합니다

일본에서 버스타는 일이 많지는 않았었는데
탈 때 마다 서울 시내버스와 조금 다른 점이 있어서 신기하죠
예를 들면
뒤에서 타서 앞으로 내린다(지역마다 다를 수 있음)
내리면서 결제를 한다(지역마다 다를 수 있음)
버스가 정해진 배차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같은 것들인데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건
정차하면 사람들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먼저 내리려고 하면 기사분이 주의를 주시는 거 같은
그래서 아마도 정거장 별 시간표도 사람들의 승하차 시간이 고려되었을 것이고
정해진 시간이기 때문에 더더욱 급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이건 언제나 좋아 보이는 부분입니다만
나의 출근길은 급하니까 빨리 와서 대충 날 태워서 지하철에 떨궈줭
아마 첫 날이나 지금이나 버스요금이 모두 균일제 였던걸로 기억해요
아마 어느 지역 내에서는 전부 동일 요금이라던가 그랬던 거 같습니다
아니면 도쿄가 좀 그런 느낌일까요 ?
버스를 탈 때 뽑는 그.. 번호표 같은 것이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이렇게 또 쓸모없는 얘기를 하다보니까

한 삼십여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비가 올 듯 말 듯 한
잔뜩 찌푸린 날씨라서 그런지
아니면 평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깔끔하고 이쁜 거리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어요
애당초에 버스에서 여기 내리는 사람들이 저희 뿐이기도 했습니다
흡사 공포게임의 인트로처럼 말이에요
날씨때문에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었지,
실제로 보인 모습은 상당히 이쁜 동네의 모습이었어요

아마 꽃이 피는 봄이라면, 나무가 무성해지는 여름이면
이 역앞의 모습이 더 화려하지 않았을까요 ?
역 앞 도로가 역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도로가 뻗어나가는 모양새라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생각 멈춰 !
배고프니까 아침을 먼저 먹겠어요

그리고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늘의 조식을 해결할 카페

베이커리, 레피도르입니다.
L'épi D'or는 프랑스어로 황금이삭 이라고 하네요, 아마도 빵집이라서 이런 이름을 쓰는 것 일런지
1층에 들어섰더니
케익 진열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케익과 디저트들은 꽤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자리하고 있었어요
개별로도, 선물용으로도 주문하고 바로 포장해갈 수 있는 느낌이었어요
매장 이용을 위한 테이블은 2층에 마련되어있어서
저희는 2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는 엔틱과 세련의 사이에 있는 그 무언가였구요
반바퀴정도의 빙글 계단을 올라가도록 되어있었어요

테이블도 의자도 깔끔한데,
안내해주시는 점원분도 상당히 친절하였어요
메뉴판을 죽 둘러보고
일단은 저희는 조식을 먹기로 하였으니까,
모닝세트를 먹고 나서 디저트도 맛보기로 하였습니다

모닝세트에는 말이죠,
따뜻한 커피,
바삭 토스트 두 조각(낸 한 장)과 버터와 잼
뭔가.. 저 많이 익은 것 같은 보드라운 빵
그리고 간단한 샐러드
마지막으로 따뜻한 호박죽 까지였습니다
아마 가격은 1,100엔 정도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어요
커피를 차로 바꾸거나 할 수 있을 거고
잼이나 샐러드, 스프는 계절에 따라서 구성이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자주 간다면 아마 갈 때마다 다른 구성을 만나볼 수 있을거에요
각 음식들이 우왕 너무 맛있다 여기 또오고싶다 의 메뉴들이 아니었지만(모닝세트니까)
깔끔함과 조용함
친절한 서비스와 좋은 자리
그리고 (오늘은 흐리지만) 좋은 동네 뷰를 가지고 있는 가게라서
아침에 느긋함을 보내러 오기는 너무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배불배불 하니까 커피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디저트를 추가해보기로 해요
다들 각자 메뉴판 보고 하나씩 추가하엿습니다


창고귀신은 찐한 초코를 드시고 싶었는지, 자허토르테ガトーザッハ
탕수육님은 저거 드셔보셨다면서 좀 더 가벼운 슈크림シュー・ア・ラ・クレーム
그리고 저는 커피젤리コーヒーゼリー
자허토르테는 찐득-한 초코케익이며 매우 달았고,
슈크림은 겉은 파삭, 하면서 진한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정말 둘 다 보이는 것과 같은 익숙한 맛들이었는데,
커피제리는 많이 달 줄 알았던게 오히려 안달아서 놀랬습니다
예전에 도쿄의 어느 지하철역에서 먹었던 커피제리는 젤리 자체가 달았었어서
그걸 기대하고 먹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아이스크림이 올라간게 잘 어울리고 그랬습니다
분명 너무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가 많았고
심지어 몽블랑도 너무 이쁘고 맛있어 보였는데
왜 커피젤리를 골랐을까요 ?
물론 맛있긴 했거든요 맛있긴 했는데
굳이 여기서 먹어야 할 디저트인가는 잘 모르겠어서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

내가 아쉬운 선택을 했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맛이 참 고급스러웠던 가게였습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메뉴판들을 다시 찾아보니
다른 디저트들이 궁금하니까 다음에도 도쿄에 가면 다시 들러보고 싶어졌어요
적당히 만족스러운 조식을 먹었으니까
새로운 동네를 조금 걸어볼게요


그래도 이제 좀 날씨가 개기 시작해서
아침의 스산함이 사라지긴 했는데
역시 길에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평소가 이렇다면
정말 엄청엄청 조용한 동네인가봐요
어쩌면 모두들 차로만 밖을 다니는지도 모르겠어요
전체적으로 새 것의 느낌의 나는 거리나 골목은 아니었는데요
정돈된 느낌의 길이었어요
집들은 각각 다 다른 스타일로 지어져있어서
통일감이 있다기 보다는 정말 개인들이 모여있구나 ~ 같은 느낌이구요
저택 수준의 큰 집들이 제법 많이 있었어요
모든 곳이 서울의 그 동네처럼 높은 벽을 갖고있지는 않았지만
큰 대문과 큰 집들이 많이 보였구요
여기 집들이 다 다르게 생기다보니 너무 특징이 강하고
또 일본이라 그런지 대문에 명패도 걸려있어서
사진은 찍지 않았네요
그저 이쁜 집들 많다 ~ 하면서 셋이 수다를 떨었어요

적당한 오르막 내리막이 있었고
적당한 바람이 불었구요
덴엔초후를 지나서 지유가오카 까지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지유가오카 역으로 향하는 길이에요
아까 아침먹고나서
놀이공원 입구같았던 덴엔초후역에서 열차를 탔다면
아마 여기를 열차로 지나고 있었겠지요 ?
밖에서 걷는다는게 이런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가는 동안에 카메라 매장이 있어서 들러봤어요
빈티지 카메라 전문 매장은 아니지만
요즘 유행이라 그런지
한쪽에 잔뜩 (진열이라기보단) 쌓여있길래
한 번 슥 둘러보고 왔습니다
탕수육님이 워낙 필카나 구형디카를 잘 쓰고 계시기도 하고
나도 편하게 찍을 것들 보이면 하나 사고싶긴 해서
찾아보고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잘 모르니까요
근데 정말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일단 매장에서 판매하는 번쩍번쩍한 디카들은 수백만원대 모델이었구요 아마도 본체만..
옆에 쌓여있던 빈티지 디카들은 가볍게는 만엔 언저리 부터 있구요
같이 진열되어있는 필카들은 1,000엔 정도부터도 있는 느낌이었어요
작동이 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왠지 생각난김에 이번에 카메라도 하나 건져가면 좋지 않을까요 ?
앞으로 뭔가 북오프처럼 중고판매하는 곳이 보이면 한 번 가봅시다
같은 얘기를 하며
매장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카메라에 대한 얘기들을 잔뜩 하면서 산책을 이어갔어요

편의점에 들러서 마실 것을 샀습니다
일본이라 새삼 좋은 점인데요
편의점이 많고, 편의점 화장실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다

이 동네는 또 분위기가 확 다르네요
여기가 다르다기 보다는 아까 덴엔초후 쪽이 더 특이한 동네겠지만요
이쪽은 좁은 길과 크진 않지만 빽빽한 건물들이 있고
상업시설이 계속 있으면서도 길이 깔끔했어요
옛날 가로수길의 폭을 더 좁히면 이런 느낌일까요

기찻길이 도심을 지나간다는 것이 지금은 생소해진 서울 사람이니까
건널목은 언제나 반갑고 무섭습니다
골목을 관광객처럼(관광객맞음) 두리번 거리면서 지나가다가
갑자기 눈에 띈 디저트 가게가 보여서 들어간 세 아저씨들
홀이 있는 건 아니고
판매전문의 가게였는데,
아주 세련된 매장 진열과 인테리어를 갖고있었어요
어디서 본 디저트였는데 하고 생각해보니
어제 긴자 분메이도에 가느라 들렀던 곳에서 디저트 매장이 모여있었잖아요
그 중에 한 브랜드였어요
그 브랜드의 본래 매장을 여기서 발견한 것입니다
심지어 오프라인 매장이 딱 두 군데, 긴자와 지유가오카라는데 둘 다 방문하게 되었네요
이런 운명적인 만남이
창고귀신님은 도쿄 이후 여행을 위해서 작은 꾸러미를 하나 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좀 사서 먹을껄
궁그매궁그매
창고귀신님은 맛있는 디저트를 사는데 !
저도 질 수 없죠(쇼핑은 대결이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만난 북오프
그냥 지나갈 순 없습니다
잠깐만 들러볼까요 ?

정말 빠른 쇼핑을 했습니다
아니 사실 뭘 살라고 들어갔다기 보다는
어 ! 북오프 !
어 ! 카메라 !
네 아까 말하고나서 이렇게 바로 카메라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냥 북오프가 재밌어서 거의 모든 곳을 돌아댕기는 편인데
탕수육님은 들어가자마자 중고 카메라로 바로 직진하셔서
이 물건을 저에게 추천하더라구요
탕수육님의 제품에 대한 설명과 상태, 가격에서 납득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매를 해버립니다
(탕수육님의 설명: 엇섬님 안사면 제가 삽니다)
이렇게 짧게 북오프를 돌아본 적은 또 처음이네요
심지어 암것도 안사도 한시간인데
그렇게 손에 하나씩 무언가를 사서 들고
저희는 지유가오카역으로 열차를 타러 갔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나카메구로, 나카메구로 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