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31] 밤섬X뭌만 @대공분실

정엇섬 2012. 4. 10. 20:49

클럽 대공분실은 찾기가 힘들었다.(클럽 대공분실)

지인이 건네준 지도에 의하면 학교 안쪽인듯 보이는 바람에 학교 안쪽까지 꾸역꾸역 올라갔다가 다시 산길 타고 내려오니까 문밖이더라. 그렇게 찾아간 대공분실 앞에 있던 철창 문에 붙은 포스터는 이번 공연의 수준을 말해주고 있었다.

 

[철창에 붙어있던 조악한 핸드메이드 포스터] [A4로 출력된 밤섬X뭌만 공식 포스터]

보다시피 공연 입장료는 5,000원으로, 그에 합당한 값어치의 공연을 보여주려는 의지를 포스터를 통해 피력했다. 또한 청소년의 입장료는 3,000원으로 청소년에게 건전한 인디문화를 전파하는데 힘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SSS(ㅅㅅㅅ)

이 날의 오프닝은 심판의 날, 심판을 맡게 된 SSS(ㅅㅅㅅ)의 무대였다.

 

[SSS(ㅅㅅㅅ)]

물론 이 날은 밤섬해적단과 무키무키만만수에게 초점이 맞춰진 공연이긴 했으나, 안그래도 SSS라는 밴드의 무대를 궁금해 하던터라 솔직히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찾아간 팀이다. 특히 SSS가 친히 자신의 밴드를 검색해서 찾아들어와 남긴 댓글에 의하면 "저희도 물론 멍청이찐따이지만" 이라는 말은 충분히 기대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공연시간이 가까워오자 네 명의 젊은이들이 주섬주섬 무대를 세팅했다. 어떤 음악을 하는 지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올라온 네 명의 모습은 더욱더 이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에스, 에스, 에스 라는 말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SSS의 오프닝곡. 제목은 없어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에스, 에스, 에스. 영상에서 보다시피 보컬의 작은 체구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 날 본 공연중에서 최고의 수확이라고 생각하는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음악도 맘에 들었고, 무대도 맘에 들었고, 멘트도 맘에 들었다. 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좀 '쫓아다니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가지 기억나는 특징들을 꼽아보자면,  

1. 한 곡마다 에스, 에스, 에스를 시작으로 멘트와 연주를 시작했다.

2. 공연 도중에는 보컬과 기타에게 전기가 올라 진정한 일렉트로니카를 보여주었다. (진짜 일렉트로니카. 히읗히읗, 조선구)

3. 공연 중간에 친히 직접 싸인한 포스터를 강제로 배포했다. 손을 뻗어서 받기 보다는 손에 쥐어주었다.

4. 기타치는 조선구씨는 ㅎㅎ 하고 웃는다. 실제로 히읗히읗이라고 발음한다.

5. 밤섬해적단의 <나는 씨발 존나 젊다>를 커버하였다.

 

 

 

스팀보이즈Steamboys

 

[스팀보이즈, 상당한 액션기타를 보여주었다]

스팀보이즈는 펑크락밴드인거 같다. 셋리스트를 마이크에 붙여서 자꾸 사진을 찍어도 보컬얼굴이... 는 변명이고 귀찮아서 영상을 하나도 안찍음. 뭔가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다음에 볼 기회가 있으면 정성스럽게 하나 찍어서 유툽에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스팀보이즈의 공연은 (보기와 다르게) 굉장했다. 너무도 조용해 보이는 사람들이 조심히 올라오더니 어색하게 에스에스에스 를 한 번 말해보고 생각보다 격한 공연을 시작하더라.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상당한 액션 기타를 보여주었다. 키도 좀 있는지라 오히려 앞선 SSS의 공연때 보다 격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사실 솔직히 말해서 보기에 뭔가 어색했다. 그 어색함을 같이 갔던 동행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걸음을 걸을 때, 왼발과 왼손이 동시에 앞으로 나가는 그런 어색함"정도였다고 한다. 무대는 꽤나 신났고 좋았다. 드럼치는 여자분은 뭔가 드럼치기에 거추장 스러운 옷을 입고도 연주를 참 잘하시더라.

공연이 끝나고, 베이스 치시던 분께서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공연 전날) 생일인 권용만(밤섬해적단 드러머, 인디게이머)에게 "청소년을 위협하는 음악들" 이라는 책을 선물했다.

 

 

 

 

기린kirin

기린의 무대는 너무 뒤에서 보는 바람에 남은 사진이 없다. 사실 요요의 간지 터지는 춤사위도 제대로 못봐서 아쉬움이 남는다. 랩으로 이루어진 그의 무대는 정말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라임과 플로의 흐름속에서 사람들이 .. 는 됐고 지금 공연 보고 몇주만에 글쓰는거라 심지어 기록해놨던것도 한 번 날려버리는 바람에. 스팀보이즈가 권용만에게 책을 선물했으므로 기린은 만만수에게 "우주의 신비"인가 뭔가 하는 책을 선물했다. 우주를 알아야 지구를 알 수 있다는 묘하게 설득력있는 말을 남겼다. 공연 도중에 무키무키만만수의 머잖아 발매될 앨범에 대한 언급으로 기린 글은 마무리.

"무키무키만만수의 앨범은 엄청 좋습니다. 라이브보다 앨범이 더 좋아요"

 

 

 

 

무키무키만만수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무키무키만만수가 등장했다. 대공분실은 무지 춥고 폰이 안터져서 사진을 안찍었다는 변명이지만 무지 귀찮았다.

[밤섬X뭌만 의 첫 번째 주인공, 무키무키만만수]

역시 주인공 답게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들이는 호기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관객들에게 앞으로 좀 와주세요 하고 시작한 <방화범> 에서 중간에 틀리더니 다시 부르지 않는 패기도 보여주었다. 공연 수 일전에 무키무키만만수의 앨범 커버 이미지가 공개되어서 화재였는데

 [무키무키만만수의 앨범커버]

사실 이거 얘기하는 동안 이 이미지밖에 생각이 안났다. 지난, "리듬을 쳐죠요" 공연당시 앨범 자켓에 대한 언급을 했을 때 웃어넘겼던 이야기가 "저희 이번 앨범 자켓을 찍었는데 목욕탕에서 올 누드로 찍었습니다(수줍)."였는데 공개되었을 때 뭌만을 아는 주변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하더라. 물론 대부분 반응이 "이건 꼭 사야해" 이긴했지만..

공연 얘기로 돌아가서, 이 날은 밤섬과의 대결에 걸맞게 밤섬 노래를 커버했다. <Über-Oui>, <박카스 한 병>,<우리들의 밤은 당신들의 낮보다 (존나) 아름답다> 이렇게 세곡을 커버했는데, 특히 <우리들의 밤은 당신들의 낮보다 (존나) 아름답다>는 밤섬도 힘들어서 초반에 몇 번 하고 때려친 곡이라는데 끝까지 "롹앤롤투나잇"을 외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뭌만의 무대는 한마디로 (존나) 멋있었다.

 

 

 

 

밤섬해적단

두번째 주인공. 밤섬해적단이 올라왔다.

[밤섬X뭌만 의 두 번째 주인공, 밤섬해적단]

밤섬해적단은 권용만이 생일 선물로 받은 "청소년을 위협하는 음악들"의 일부분을 읽는 것으로 마지막 무대를 시작했다. "..육체적 대화..", "..아이를 죽이고싶어요.."등의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는 한글 번역 가사들을 청소년들 앞에서 읽음으로써,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유해매체에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지를 깨닫게 해주었다...는 개뿔 청소년에게 더 유해했었던 공연영상을 올리겠다.

[Minimum Wage, Maximum Rage - 밤섬해적단]

 

[검은 띠 한국인 - 밤섬해적단]

 

[김정일 만세 - 밤섬해적단]

 

유난히 이 날은 음악이 빨랐고, 그 때문에 말도 많았다. 공연의 포인트를 정리하자면,

1. 권용만이 선물로 받은 책자를 읽음으로써 저속하게 공연을 시작

2. 장성건은 이 날 망해라 연주를 놓쳤다. 하지만 쿨하게 패스

3. 선 녹음후 대충 분위기나 발음을 봐서 가사를 적는다는 "가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밤섬해적단" 에 대한 해명을 함. 실제론 원래 가사가 없다고 한다.

4. 자신의 음악은 재미 없지만, 그런 걸 한 스무개 정도 나열하니까 좀 재밌어진다고 함.

5. (4번에 대한 비유로) 개가 홍대 바닥에 똥을 싸면 어휴 더러워 하고 피하지만, 한줄로 연속 40개를 싸면 사람들이 흥미를 가짐. 우리 음반이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 사람들은 그 앨범을 만원씩 주고 삼

6. 나라가 안정이 되면 안정이 되서 좋고, 나라가 북한의 위협을 받으면 <서울불바다>앨범이 주목받는 안정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함

7. <서울불바다> 앨범이 전량 판매 되었고, 앞으로 찍을 계획이 없으므로 mp3를 무료로 뿌릴 예정.

8. 산사람 병신ㅋㅋㅋㅋㅋ

9. 앵클어택과의 스플릿앨범에 실린 <똥>을 연주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서 노래함.

10. 뭌만의 <안드로메다>, <방화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커버함.

 

 

 

이 날 공연의 승리가 누구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는데, 누군가의 승리라기보다는 클럽 대공분실의 난방시스템 도입이 시급한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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